GMAT은 영어 시험이 아닙니다. 영어가 된다는 가정하에 보는 논리력 시험입니다.
GMAT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제가 들었던 가장 무서운 말은 ‘GMAT은 GMAT 스타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들이 잘 봐. 아무리 똑똑해도 GMAT 스타일 사고가 안되면 점수 안.나.와.’ 이거였습니다. 제가 공부해본 결과, GMAT 스타일 사고방식이란 것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사고방식은 분명히 학습이 가능합니다. 이 방식을 머리에 다운로드만 하면 됩니다. 그 과정이 영어 실력과 논리력에 따라 얼마나 기냐 짧냐의 차이일 뿐이지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공부했던 방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게 정답일수는 없고 사람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만요. 결론적으로 저는 시험을 2번 쳤습니다. 공부 시작한지 3개월만에 첫 시험에서 크게 만족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2개월 후에 다시 시험을 봐서 770 (Math:51점 / Verbal: 44점)을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외국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고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면서 평상시에 영어 사용할 일이 많기에 어느 정도 수월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기초적인 영어실력 + 3개월의 노력은 딱 턱걸이 점수까지 끌어다주었습니다. 무언가 더 할 수 있겠다, 이제 GMAT이 조금 보이기 시작하네? 라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에 2개월을 추가로 더 공부를 했고 그 2개월간 공부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달았습니다. 100% 노력의 결과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물론 운도 많이 작용해서 점수가 많이 올랐고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MBA의 첫번째 난제인 GMAT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1. GMAT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할까?
결론적으로 GMAT을 제대로 공부하신다면 일단 모든 인간관계가 (hopefully) 일시적으로 종료될 것이라는 것을 각오하셔야합니다. GMAT 공부를 얼마나 끌고 가는 것이 좋을까 묻는다면 intensive하게 공부해서 3-4개월안에 원하는 점수를 받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intensive하게 한다는 것은 자나깨나 오로지 GMAT, 그맛 열병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애매한 정량 지표를 싫어하는 저이기에 제가 투자했던 시간을 적어봅니다. 주중에는 3-4시간씩, 주말에는 하루종일 거의 12시간씩 3개월간 intensive하게 공부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주중에 시간을 확보하기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점심 시간에 샌드위치를 사서 회의실이나 카페에서 공부하면서 1시간을 확보했고요.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9시, 샤워하고 밥먹고 본격적으로 공부 시작하려면 10시 정도였는데 시작하기 전에 커피 한잔 먹고 1시까지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매일 공부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당시에 영업쪽에 있어서 회식이 불가피하게 많았는데 아주 큰 회식이 아닌 이상 다 빠졌습니다. 물론 욕 엄청 먹었죠. 근데 내 회사가 내 인생 책임져줄껀가요, 대신 살아줄껀가요. 그때는 엄청 큰 일 같은데 지금 돌이켜 보면 회식 몇 번 빠진거 nobody gives a damn입니다.
아무리 바쁜 사람이여도 주중에 최소한 3시간은 이렇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웬만하면 약속을 잡지 마세요. 돌이켜 보면 주말 내내 집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안나간 적도 수두룩 합니다. 부모님이 슬슬 걱정할 정도의 거지 꼬라지가 되면 이제 제대로 하고 계신겁니다. ‘내가 도대체 꽃다운 20대 중후반에 이게 머하는 짓일까?’라고 묻는 내 안의 또다른 나와 매일 같이 사투를 벌입니다.
2. 어떻게 공부해야할까?
[Math]
GMAT의 Math는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신 분이라면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만약에 무리가 있다해도 Math은 얼마든지 학습할 수 있는 tool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학원, 동영상 강의 등이 있고요 유명한 강사들의 강의를 듣고나면 머리 속에 체계가 잡힐 것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수학 문제를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제 주위의 대부분 사람들은 49점에서 51점 사이를 받았는데, 49와 51의 차이가 전체 점수로 치면 20-30점 차이가 납니다. 수학이 계속 49 언저리에 머무르신다면 학원에서 제공하는 단과 강의를 들으시거나 고난이도/고득점 문제를 받으셔서 풀어보시기를 권합니다.
[Verbal]
우리 한국 지원자들을 화병나서 요절하게 만드는 verbal이지요. GMAT은 점수를 잘 나오는게 목적인 시험이지 깊은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섹션별로 전략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드리고 싶은 가장 큰 조언은 문제를 많이 풀지 말고 한 문제라도 제.대.로. 푸시라는 겁니다. 엄청난 변화를 가져옵니다.
일단 저는 초반에 verbal 종합반 인터넷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인강을 추천하는 이유는 내가 혼자 해메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거- 저는 인강을 통해서GMAT에서 요구하는 SC의 공식들, CR의 논리 틀, RC의 문제 유형에 대한 틀을 잡았습니다. 이 공식들을 저만의 노트에 정리해서 매일 출퇴근 하면서 보고 또 봤습니다. 이론만큼 중요한게 없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Official Guide 종합판과 Verbal판을 풀면서 이론을 적용해갔습니다. OG를 한 3번 정도 보았나요? 틀린 문제 오답 정리 대충 하고 첫번째 시험장에 들어가니까 역시나 결과가 신통치 않더군요.
시험을 한 번 더 보기로 결정하고 저는 공부 방식을 바꿨습니다. 틀린 문제 오답 정리하는거야 당연한거지만 이번에는 정답도 제가 세운 로직으로 정답을 맞춘 것인지 OG 뒤의 해설과 하나씩 다 대조해봤습니다. OG를 3번 더 봤습니다. 그렇게 OG를 끝내고서는 GWD(중국 후기 모아둔 것)와 Practice Test(과거 GMAT이 paper-based일때의 시험 모아둔 것. 문제 난이도가 높고 quality가 좋습니다)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맞은 문제 맞았다고 넘어가지 않고 약간이라도 모르겠는 보기가 있거나 내 로직을 확인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표시를 해두었다가 GMAT 관련 국내 카페나 www.beatthegmat.com과 같은 외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문제를 쳐보고 반드시 내 로직을 확인해봤습니다.
진행이 아주 미련스럽고 답답하다고 느껴졌고 이게 맞는 공부법인가 너무나 여러 번 고민해봤는데 두 번째 시험의 결과가 맞는 방법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각 섹션별로 적어봅니다.
1) Sentence Correction
초반에 가장 애를 먹게 되는 섹션입니다. 맞아도 왜 맞았는지, 틀려도 왜 틀렸는지 전혀 모릅니다. 맞은 문제 다시 풀면 틀리고, 틀린 문제 다시 풀면 또 틀립니다. 이게 도대체 모하자는 짜장인지 슬슬 화병이 도져갑니다. 혹시 이 단계를 겪게 되신다면 너무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누구나 이 과정을 겪게 되고 이 단계를 뛰어 넘으면서 SC가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SC를 깨우쳤다고 생각한 break through 순간은 기계적으로 문법 공식에 딱 들어 맞는 문장이 아니라 가장 의미를 잘 전달하는 logical한 문장이 정답이라는 것을 득도(?)하게 된 순간입니다. 가장 의미를 잘 전달하는 문장은 자연스럽게, 또는 당연히, 문법 공식에 들어맞게 됩니다. 실제 GMAT 시험에서 고난이도 문제를 만나게 되면 모든 보기가 전부다 문법적으로 완벽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중에서 의미를 가장 정확하게, 간결하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문장이 정답이 됩니다. 고로 GMAT의 SC는 문법 시험이 아니라 논리시험인겁니다.
2) Critical Reasoning
GMAT Verbal 논리시험의 꽃입니다. 머릿속에 탄탄한 로직만 가지고 간다면 의외로 모든 문제가 쉽게 풀립니다. 저의 경우 문제를 일단 풀어본 후 정답을 채점하고, 맞은 문제든 틀린 문제든 논리를 간단하게 다 적어보고자 했습니다. 결론이 무엇인지 / 전제가 무엇인지 / 문제 유형이 무엇인지 (인과관계 유형, 선후관계 유형 등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이렇게 딱 3가지만 간단하게 3줄로 적어봤습니다. 그러면 확실히 정리된 로직을 머릿 속에 갖고 보기를 하나씩 점검할 수 있습니다. 시험 당일에도 CR 문제가 나오면 빠른 시간 안에 이렇게 내용을 요약해 적은 것이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CR을 득도하게 되면 AWA를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CR을 주관식으로 적용한 것이 AWA니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CR 공부에 가장 재미를 느꼈습니다.
3) Reading Comprehension
이것만 하면 만병통치라고 말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RC는 왕도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속독을 하고 빠르게 독해를 하는 독해능력이 엄청나게 중요한 섹션입니다. 기초적인 독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극적 다독”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독은 알겠는데 적극적은 다독 뭐냐라고 묻는다면 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예측해가는 것입니다. 처음에 인강 들을 때 강사가 입이 닳도록 하던 이야기가 이것인데 초반에는 우습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노력을 해보니까 독해실력이 확실히 좋아지더군요. 그럼 다독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그냥 닥치는대로 읽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소화를 시킬 수 있는 선에서 읽되 매일 꾸준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Economist 기사를 아침에 출근하거나 오후에 짬날때 꼭 최소 3개는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더 하고 싶다 싶으면 LSAT Reading Comprehension을 추천합니다. 저도 후반에는 LSAT으로 RC Training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LSAT RC를 처음 봤을 때는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나더군요. 그만큼 소재나 문장이 GMAT의 RC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처음 LSAT RC 섹션을 풀었는데 12개 중에 3개 맞더군요. 그치만 위에 언급한 공부법과 병행해서 꾸준히 해나간 결과 나중에는 정답율이 100%로 올라갔습니다. LSAT을 보다가 GMAT을 보면 상대적으로 쉬워보입니다.
독해 능력이 올라가면 정말 신기하게도 Sentence Correction과 Critical Reasoning 점수가 함께 올라갑니다. 매일 Practice Test를 1-2회분씩 풀었는데 정답율이 같이 올라거군요. 결국 Verbal은 독해력인가봅니다.
3. 시험당일, 무엇을 염두해 두어야할까?
이제 공부를 열심히 하셨고 결전의 날이 왔습니다.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드리고 싶은 충고는 딱 2가지 입니다.
1) Math건 Verbal이건 초반 10문제는 반드시 사수하십시오.
GMAT은 CAT Test이기 때문에 초반에 문제를 맞췄는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물론 초반에 너무 시간을 쏟느라 뒤에 가서 시간이 모자르면 안되겠지만 최초 10개 문제는 내가 반드시 다 맞겠다는 각오로 문제를 접근하셔야합니다.
2) GMAT은 Mental 시험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GMAT 시험의 결과는 Mentality가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지요.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한 문제 한 문제 정복해간다는 마인드셋으로, 침착하게 시험을 치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이 쉽지 그게 어디 가능하냐고요. 이건 순전히 본인 능력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어쨌건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제 공부일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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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인터넷 강의 수강 (국병철의 Verbal 종합반 / 이상규의 One-shot math 기초반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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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Official Guide 3회 학습 + 오답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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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번째 시험을 치고 재시험 결정, 몇주간 살짝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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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5월: 본격적인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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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Guide 3회 반복 학습 - 해설까지 맞춰보고자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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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Guide 문제를 외울 지경이 되자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은 Practice Test 약 5권과 GWD 30회분 풀기 시작 - 헷갈리는 문제는 모두 www.beatthegmat.com 이나 학원 카페에서 찾아서 정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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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에 이론을 따로 정리한 노트를 반복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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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시간에 짬날때는 컴퓨터로 Economist 기사를 찾아 읽으면서 컴퓨터 화면으로 속독하는데에 익숙해지고자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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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은 추가적으로 LSAT 문제집을 다운로드 받아 풀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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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는 크게 공부 안하고 있다가 시험 직전에 이상규 선생님의 단과반 강의를 듣고 최종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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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말: 이론 반복 학습 + 최종 오답 정리 + mock test 소프트웨어 5-6회 정도 풀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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