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밖에 연락이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또 일상을 어디에다가 안 적어놓으면 까먹어 버리기 일수니까. MBA 1년이 지나고 이제 마지막 학년이 되기까지 1주일 남은 겁나 한가한 시점에서 끄적이는 지난 1년.
가장 힘들었던 기억
역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recruiting. 학교 들어가자 마자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시점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등 떠밀리는 느낌으로 시작한 investment banking recruiting은 가장 첫 학기 내 인생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미국에서의 recruiting scene은 어떤지, 미국 사람들은 networking을 어떻게 하는지 누가 알려줄 겨를도 없이 정신 차려보니 매주 뉴욕 Midtown을 뻔질나게 돌아다니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 10개 블록을 하이힐 신고 10분만에 뛰어가기, 30초만에 피자 입에 구겨넣고 넘기기, 새벽 4시에 일어나고도 정신 멀쩡한 여자처럼 보이기 등 오만가지 자랑할만한 잡재주들을 갖게 되었다.
10월초의 company presentation로 시작해서 몇 달간의 informational interview, 12월의 closing dinner, 1월의 마라톤 interview를 거치고 오퍼를 받기까지 참 살다 살다 별 웃픈 상황들을 다 겪으면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최고의 백미는 기말고사때였는데, 뉴욕과 아시아 리크루팅을 동시에 하다보니 금요일을 뉴욕에서 하루 종일 네트워킹하느라 보내고 돌아와서 주말은 완전히 뻗고, 월요일날 화요일 시험 과목 책을 처음 열어보며 폭풍 벼락치기, 그리고 월요일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아시아 쪽 phone interview, 1시부터 시험 공부 마무리; 이런 생지옥같은 일주일이 학기의 최고봉이었다.
숫자로 얘기하자면 3개월간 약 5개의 investment banking firm을 집중적으로 리크루팅하면서 약 80번의 informational interview를 했고, 100명 정도의 banker를 만났으며 뉴욕가는 기차와 버스에만 2,500불 정도는 든 것 같다. 기차는 또 왜이리 비싼지 하여간 돈 없으면 탈것도 못타는 더러운 세상.
가장 보람있던 기억
식상한 얘기지만 고생한만큼의 보람이라고 해두자. 1월 둘째주 모든 뉴욕 은행들의 interview가 일주일간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후덜덜 super week가 왔다.
다른 은행들과는 다르게 월요일에 총 3라운드의 인터뷰를 다 끝내버리고 오퍼를 주는 Barclays는 네트워킹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별 다른 기대가 없었다. 같은 날 Goldman Sachs와 Morgan Stanley의 1차 인터뷰까지 총 5번의 인터뷰를 보느라 녹초가 될대로 된 상태에서 기숙사 방에서 잠들어버렸다. 30분이나 잤을까, 갑자기 전화가 울리며 순간 나는 누군가 여기는 어디인가 싶을 정도의 피곤함이 몰려와서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아버렸다. 근데 웬걸, 그날 케이스 인터뷰를 했던 VP가 합격을 축하한다는 전화였다.
결과적으로 Barclay의 오퍼를 거절하기는 했지만 가장 처음으로 받은 오퍼였기 때문에 정말 가장 기분이 좋았던 오퍼였다.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OMG, I’m going to Wall Street!!’라고 소리 지르며 거의 지지리 궁상맞았던 한 학기를 회상하며 혼자 오만 청승은 다 떨고 좋아했다.
아직 멍했던 다음날 아침, 골드만과 Morgan Stanley에서 뉴욕 본사에서 진행하는 final round interview에 초청한다는 연락이 왔다. 뭐, 어제 Barclay 전화만큼은 큰 감흥은 없었지만 자신감은 좀 더 생겼다 아싸.
그리고 다음날, 리크루팅하면서 내가 가장 가고 싶었고 가장 네트워킹에 공들였던 JP Morgan 과의 총 2번의 인터뷰. 지칠대로 지쳐서 이것만 되면 금요일날 Goldman Sachs와 Morgan Stanley 인터뷰를 아예 안가버릴까 생각 중이였는데 은행들간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는지 당일날 결과를 안알려준단다 쳇.
금요일 새벽, 드디어 모든게 결정될 것 같은 결전의 날. 긴 한 주였고 참 긴 한 학기였다, 좀만 더 참자 속으로 외치며 뉴욕가는 새벽 기차에 무거운 몸뚱이를 실었다. 오전 Morgan Stanley에서 총 2번의 인터뷰 – 하나는 잘했는데 하나는 영 이상했다. 밑에 있는 애널리스트가 일 안하고 Hamptons로 도망갔으면 어떡하긴 어떡해 잡아서 데리고 와야지? 하여간 이상한 질문들.
늦은 오후 Goldman Sachs에서 총 3번의 인터뷰. 뭔가 굉장히 stressful하게 설계된 인터뷰인것 같은데 그런거에 스트레스 받고 무너지기엔 내가 몇달간 고생을 너무 많이했고 나이도 많이 먹었거든요? 내가 너무 무례하게 당당하게 답했나 싶은 찜찜함과 함께 빌딩을 나왔다. 다시 보스턴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고 뭐 다 안되면 Barclays 가도 행복하겠다 싶었다.
동생과 통화를 하던 중 212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 오 뭔가 걸린게야? Morgan Stanley 리크루팅 헤드가 축하한다며 향후 일정을 알려줬다. 전화를 끊는 도중 갑자기 또 212로 시작하는 전화가 온다. JP Morgan 리크루팅 하면서 가장 가깝게 지내던 Director가 합격 소식을 알려줬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딱 기분 좋았다. 정확히 10분 뒤, 또 다시 낯선 번호로 오는 전화 – 혹시 Morgan Stanley나 JP Morgan에서 다른 사람이 축하한다고 전화해주려나 싶어 받았는데. Goldman Sachs 리크루팅 담당자가 ‘We are very delighted to offer you…’ 여기까지 듣고 그 뒤는 안들렸다.
30분만에 온 3개의 합격 전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도 싶었지만 무엇보다 즐길 겨를도 없이 어디를 가야되나 너무 고민되기 시작했다. 1월 내내 썸머를 어디서 할지 결정하느라 정말 머리 터지는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고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게 너무 감사했고 좀 찌질하긴 하지만 3개월간의 서러움을 30분만에 날릴 수 있었다.
가장 즐거웠던 기억
Summer internship이 결정되고 참 편하게 (혹은 별 다른 일 없이 재미없게) 2학기 생활을 하던 중, MIT Sloan의 연중 이벤트인 Spring Gala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원없이 먹고 마시고 놀았다. 보스턴과 뉴욕 밖으로는 가본적이 없는 나에게 Newport, Rhode Island는 완전히 천국이었다. 너나 나나 맨날 학교 다니면서 참 서로 최악의 몰골인 상태로만 보다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멋진 턱시도를 입은 class mate과 뉴포트의 정말 예쁜 Rosecliff Mansion 에서 ‘당신은 뉴규놀이’를 하던 그날 밤은 MBA 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기억 중 하나로 남는다. 여름에 일하면서 느낀거지만 앞으로 1년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이 엄청난 안도감을 주며 이제 full time 걱정을 안해도 되는 상태이니 먼지나게 놀아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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